| 머리말 필자가 지금 행정학 교수로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1880년대 미국의 특수한 정치 상황과 이에 착안한 윌슨(Wilson)의 독특한 문제의식의 결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자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100여 년 전의 미국 상황이 지금에 와서 필자의 생계수단과 의식세계를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김영민, 1996). “어떤 사람(실증론자)들은 인간의 역사를 자연(사)적인 과정으로 오인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오로지 자기 반성을 통해서이다. 자기 반성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행동과 역사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그 의미가 왜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자신에게 부과된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자각을 통해서만 자기 인식을 가로막고 있는 자승자박으로부터 해방되며 결과적으로 자신에 관한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Habermas, J., 1982). 행정학의 성립은 …… “단적으로 행정의 문제가 입법, 즉 정치의 문제로서만 이해된다든지 또는 행정이 법의 함수로서의 성격만을 가진다고 하여 현대행정이 이해될 수 없다는 데 근거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학은 현대 행정의 특징인 “행정권의 확대, 강화에 기초함으로써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현대행정의 일반적 특징과 결부한 미국에 있어서의 특수 조건이 도리어 이 학문이 성립할 수 있는 학문적 실천의식과 그 방법론을 규정함으로써 행정학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다”(정인흥, 1960). “200년 전의 행정은 국민의 증오의 대상이었고, 100년 전의 행정은 필요악으로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행정은 국민의 신뢰의 대상으로 존재하여야 한다”(White, L. D., 1955). 다시 책을 내면서 게으름을 피우다 긴 망설임 끝에 10년이 훌쩍 지나 다시 책을 내게 되었다. 네 편의 논문만을 새로 추가하고 지난 책의 오자를 수정하는 정도여서 새 책이라고 하기 민망할 따름이다. 게으름도 게으름이지만 나이 들면서 세속적인 욕심을 쫓아 한 동안 여기 저기 한눈을 팔기도 하였다. 이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심정으로 더 늦기 전에 ‘수정증보판’을 내기로 결심하였다. 새로 추가한 논문 내용이 부분적으로 기존 논문 내용과 중복되어 고민하였으나 한편 한편의 논문으로서의 완결성을 위하여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초판과 마찬가지로 새로 추가한 논문들의 문제의식을 소개하는 것으로 서문을 대신하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은 헌법 내에서 작동한다. 1987년 개정된 지금 헌법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여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었다. 일종의 상징규범으로서의 의미만 지니고 있던 헌법이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현실규범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자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그 동안 헌법 개정 논의는 정부형태를 포함한 권력구조 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으나 최근 논의는 헌법 전문에서 기본권과 경제 조항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정부 관련 조항만 하더라도, 대통령제 정부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중임 제한, 국무총리제도의 존치 문제, 부총리제도의 위헌 여부, 대통령 자문기구 정리, 감사원 소속 변경 등 해결해야 될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제9장 헌법 개정 논의와 행정 그리고 정부. ?21세기 헌정주의와 민주주의?, 인간사랑. 2007). 10년 전과 비교하여 한국 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복지 문제가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선거철에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래 전부터 공무원연금제도와 국민연금제도의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여 왔다. 실천에 옮겨지지는 않고 있지만 최소한 담론 수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도 복지가 성장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선진 복지국가에 비하여 턱없이 늦었지만 이른바 ‘복지정치’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전체 행정에서 복지행정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고도 반가운 일이다. 한국도 이제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모색하여야 할 시점에 와 있는데, 그 전에 한국이 복지국가로 발달하기 위해서 어떤 전제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논의해보아야 한다(제10장 한국 복지국가 발달의 전제 조건, ?국정관리연구?, 7(2). 2012). 관료제는 행정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대상 중 하나이다. 관료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연구범위가 결정되겠지만 행정학 연구 초기에서는 ‘행정 연구는 곧 관료제에 관한 연구’여서 행정과 관료제를 혼용해서 쓰기도 하였다. 사회과학에서 거시(巨視)이론보다는 미시(微視)이론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료제와 같은 넓은 범위의 개념에 대한 연구가 현저히 줄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관료제가 갖는 중요한 함의는, 이미 막스 베버에 의해서 제기된 이후, 여전히 사회과학의 중심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통에 따른다면 현대 행정의 문제는 곧 현대 관료제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현대 관료제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제11장 한국현대관료제의 형성과 특징. ?황해문화?, 79. 2013). 한국 현대 행정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은 한국 행정학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특정 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미시이론도 필요하지만, 미시이론이 거시적 맥락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현대행정을 고찰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해방 이후 한국 현대 행정의 변천과정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한국 현대 행정에서 행정의 범위는 어디까지 잡을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해방 이후 무수히 많은 행정 분야에 미국 행정이론을 도입하여 적용하였지만 과연 한국행정이 미국과 얼마나 유사하게 변화되었는가? 미국 현대 행정학과 이를 수입한 한국 행정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되짚어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제12장 한국행정 60년, 연구 대상과 방법. 접근방법. ?한국행정 60년, 1948-2008 1. 배경과 맥락?, 법문사. 2008). 되돌아보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행정학과에 입학하여 석사와 박사를 거쳐 대학에 자리 잡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 온 것은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미국에서 현대 행정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독립하지 않았거나 한국에 행정학이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도입되지 않았다면 나는 행정학으로 밥벌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터인데, 이는 전적으로 부모님을 잘 만난 덕이다. 따라서 이 책은 나를 둘러싼 모든 연기(緣起)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2016년 8월 지루한 여름날에 차 례 제1장 한국 행정학의 반성 17 1. 머리말/18 2. ‘행정’의 개념 정의 문제/20 3. 행정 연구의 대상과 방법/24 4. 한국행정의 역사적 성격/29 5. 맺음말/33 제2장 한국 최초의 현대 행정학자 정인흥의 행정사상 -국가와 관료제 이론을 중심으로- 35 1. 머리말: 다시 정인흥을 읽으며/36 2. 고대 및 중세국가에서의 행정/39 3. 절대군주국가의 관료제와 관방학/41 4. 입법국가의 출현과 근대 관료제/45 5. 행정국가의 대두와 현대 관료제/52 6. 맺음말: 현대 행정과 민주주의/57 제3장 한국의 정치변동과 관료제, 1945~1972 -연구 경향과 과제- 61 1. 머리말/62 2. 한국 현대 관료제에 관한 기존의 연구/63 3. 정치변동과 관료제의 유형/67 4. 한국의 정치변동과 관료제/71 5. 맺음말: 연구 과제/76 제4장 정부와 정당 관계에 관한 시론적 연구 -개념, 유형 및 결정요인- 78 1. 머리말/79 2. 개념의 정돈/81 3. 당정 관계의 유형/84 4. 당정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88 5. 우리나라의 경우/97 6. 맺음말/100 제5장 입법보조기관(legislative staff) 비교 연구 -연구조사 기능을 중심으로- 102 1. 머리말/103 2. 연구의 범위, 방법 및 한계/104 3. 의원 개인에 대한 보조기관/106 4. 의원 집단(위원회)에 대한 보조기관/108 5. 의원 전체에 대한 보조기관/114 6. 맺음말/120 제6장 정부형태와 관련된 제도적 요인들 124 1. 머리말/125 2. 정부형태의 유형/127 3. 정부형태와 관련된 제도적 요인들/129 4. 정부형태와 정치적 목표/140 5. 맺음말/144 제7장 정부조직 개편의 내용과 과제 -문민정부의 경우- 147 1. 머리말/148 2. 정부조직 개편의 과정과 내용/150 3. 정부조직 개편의 문제점/154 4.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과 전략/162 5. 맺음말/166 제8장 정책에의 시민참여제도 연구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168 1. 머리말/169 2. 시민참여와 관련되는 요인들/170 3. 정부?시민 관계의 개념과 중요성/173 4. 시민참여제도 정비 방안/180 5. 맺음말/188 제9장 헌법 개정 논의와 정부 그리고 행정 190 1. 머리말/191 2. 헌정과 행정 그리고 정부/193 3. 정부형태의 문제/199 4. 정부 관련 규정 개정 논의/202 5. 맺음말/209 제10장 한국 복지국가 발달의 전제 조건 211 1. 머리말/212 2. 이념 논쟁에서 탈이념 논쟁으로/214 3. 사회 균열에서 사회 통합으로/216 4. 단편적 복지정책에서 통합적 복지정책으로/219 5. 맺음말/225 제11장 한국 현대 관료제의 형성과 특징 228 1. 예비적 논의/229 2. 한국 현대 관료제의 형성과 변화/232 3. 한국 현대 관료제의 특징/244 제12장 한국행정 60년, 연구 대상과 방법 248 1. 머리말/249 2. 선행 연구: 한국행정의 역사적 분석/250 3. 현대 한국행정과 행정학/253 4. 연구의 대상: 행정의 범위/257 5. 연구의 방법: 사회과학과 역사학/261 6. 한국행정 60년 정리의 문제/263 저자약력 김영민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한국행정, 한국정부, 복지국가, 복지정책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