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스위스의 정체(政體)는 참으로 독특하고 흥미롭다. 주민총회를 비롯해 시민의 발의로 ‘군대폐지’를 시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소수의 권리보호에 철저한 연방주의, 시계부품처럼 정밀한 비례대표제, 강력한 중앙당 조직이 없는 지방분권적 정당제도, 캔톤과 코뮌의 막강한 자치권, 연방 캔톤 코뮌정부의 합의제 집행기관, 연방 캔톤헌법의 빈번한 개정, 정치적 스타가 없는 정치, 관청의 소박하고 평민적인 분위기, 공직을 자원봉사로 여기는 전통, 적은 세금으로 주민을 만족시키는 대응적 행정, 파업과 직장폐쇄로 인한 근무일 결손이 거의 없는 산업평화, 유럽국가들 중 소득의 분포 상태가 가장 불평등하면서도 이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가장 적은 나라, 따분함이 느껴질 정도로 안정된 정치, 세계에서 가장 낮은 부패지수를 자랑하는 깨끗한 정부, 민가(民家) 지하창고에 병사의 총기를 보관하는 민병제, 유럽에서 두 번째 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하면서 중립주의를 표방하는 무장중립, 다른 나라에서는 기술적 행정적으로 처리되는 사항을 선거나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관행, 1971년 2월에야 비로소 연방수준에서 여성참정권을 인정한 보수성, 1919년 이후 4개 주요 정당들의 균형을 유지시켜 온 투표행태의 안정성, 선출된 공직자들을 자주 바꾸지 않는 투표성향 등은 스위스 정체가 지닌 주요 특징들의 목록이다. 이 목록만 보아도 스위스 정체는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학교”라고 갈파한 브라이스 경(Load Bryce)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 중 스위스가 연구할 가치가 가장 큰 나라”라고 지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스위스 정체를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교훈은 스위스연방민주주의가 상이한 종교 언어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차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문화의 이질성과 다양성을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하겠다(Linder, 1998: xix). 신 구교도들간의 갈등의 역사를 겪었고 네 개의 상이한 언어들을 사용하면서도 고도의 국민통합을 이룩한 스위스는 산업화 과정에서 불거진 계급 갈등에 직면해서도 분열되지 않았고, 유럽이 전쟁과 전체주의의 도가니에 휩쓸린 와중에서도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게다가, 이런 난국 속에서 알프스의 수려한 경관 이외에 변변한 부존자원도 없으면서도 엄청난 부(富)를 축적하였다. 화합(coscordance)을 지향하는 스위스연방민주주의가 이룩한 이런 놀라운 성취는 철의 장막이 걷힌 후 셋방화(世方化)의 물결을 타고 문화적 정체성이 강조되고 갈등과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요즈음 더욱 빛나고 값진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는 민족 언어 종교집단듣 간에 분쟁과 대량살육이 자행되고 있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문화적 소수와 지역갈등 문제로 국민통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지역갈등은 내란으로까지 비화된 나라들의 민족 종교 지역갈등에 비해서는 다소 온걸할지라도 국민통합을 해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망국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퇴영적 파괴적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일은 선진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선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지역화합을 모색하는 것은 대망의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다. 별다른 지역갈등을 겪지 않았던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후에 적잖은 지역갈등을 겪지 않았던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후에 적잖은 지역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역갈등을 그대로 안고 남북이 통일될 경우에 빚어질 심각한 지역갈등이 크게 우려된다. 우리는 미구에 닥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다문화 사회의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한 스위스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150여 년 동안 스위스가 다문화사회의 고질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고도의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비결은 하나의 종교 언어 민족으로 이루어진 일사불란한 단일국가(unitary state)를 이루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이질적 정치세력들에게 협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권력공유(power-sharing)를 통해 공동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한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스위스연방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와 전혀 다른 협의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의 제도적 설계를 뜻한다. 협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민주주의란 일차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그 의사결정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거에 패배한 집단들을 정책형성과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협의민주주의는 반대보다는 합의, 배제보다는 수용, 근소한 과반수보다는 지배적 다수의 확보, 그리고 다수에 대한 견제를 통한 소수의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권력공유를 중시한다. 바로 스위스는 이런 협의민주주의의 권력공유 정신을 제도와 관행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나라이다. 협의민주주의의 이런 논지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다수결민주주의에서 정당정책들 간의 차이가 그리 크기 않은 경우에 소수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권력으로부터 배제되더라도 유권자들의 이익이 집권정당에 의해 상당히 충족되어 국민통합에 별 지장이 없으며, 소수의 배제문제는 다수와 소수의 정권교체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균열이 심한 사회에서는 정당정책의 차이에 관계없이 유권자들의 선택이 거의 고정적이기 때문에 다수와 소수의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지배의 원칙을 적용하면, 권력에 접근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소수는 심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체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게 된다. 결국, 균열된 사회에서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다수결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소수의 극렬한 투쟁을 조장한다. 그러므로 근래 우리 나라에서 지역 간 대권쟁탈전(大權爭奪戰)의 양상으로 빚어지고 있는 지역갈등을 승자독점의 다수결민주주의를 그래도 둔채 도덕심에 호소하거나 자매결연 등을 추진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스위스의 협의민주주의를 공부함으로써 우리 나라의 고질적 지역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스위스의 정치적 통합문제를 우리 나라의 정치적 통합문제와 단순 비교하거나 스위스의 경험을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양성을 통합의 조건으로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를 정치적으로 실험하여 성공을 거둔 스위스의 사례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스위스 협의민주주의 모형은 국내적 갈등의 해결뿐만 아니라 남 북한 관계와 동북아 질서를 갈등구조에서 화합체제로 전환시키는 데에도 모범적 사례로 참고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위스 협의민주주의는 21세기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귀중한 참고될 수 있다. 연방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일라저(Elazar, 1997 : 237-251)에 의하면, 어느 일방의 정복(征服)은 계층제 정부형태로 귀착되고, 진화(進化)는 중심부-주변부 정부형태를 초래하며, 계약(契約)은 연방제나 매트릭스형 정부형태로 귀결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남 북한이 정복이나 진화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경우에 통일한국의 국가형태는 연방제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한국의 제도적 선택대안으로서 스위스 연방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는 주권적 캔톤들의 연합체로 탄생한 스위스연방민주주의의 경험에서 국제적 협력체제, 나아가 세계정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셋방화 시대에 국가주권성(state sovereignty)이 다소 약화되고 지방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연방주의를 채택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미 절반 이상의 인구가 연방주의적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근래 일본과 중국이 이런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일본은 21세기를 ‘분권형 사회’로 맞겠다는 야심적 목표를 내걸고 지난 2000년 4월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하였다. 혹자는 이를 명치유신(明治維新)에 버금가는 정부개혁으로 평가한다. 중국에서도 모택동 사후 사회주의체제의 제약 속에서나마 성(省)들의 권한이 크게 강화되어 “중국식 연방제”가 운위도고 있는 실정이다(정재호,1999 : 353). 최근 이런 사태추이와 함께 일본과 중국에서 연방제 논의가 관심을 끌고 있다(恒松制治, 1993 : 정재호, 1999). 가까운 장래에 일본과 중국이 헌법개정을 통해 연방제를 채택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방분권화의 진척으로 연방적 정부간관계 쪽으로 좀더 근접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 우리 나라가 연방주의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한 중 일 3국의 연방주의적 국제협력체제, 이른바 ‘연방제정부(聯邦際政府 : inter-federal government) 건설의 꿈이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들 3국이 연방주의 정신을 수용하는 정도만큼 이들 간에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연방제정부의 실현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 연방주의적 정부간 권한배분원칙인 보충성원칙(subsidiarity principle)은 개별 국가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회원국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는 협력적 연방제정부의 구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문화사회의 유력한 갈등해결방식으로서 스위스연방민주주의 모형은 21세기 화해와 협력의 동북아 질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스위스의 특이성(Sonderfall Schweiz)은 근본적으로 ‘정치제제의 무게중심이 아라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정치체제의 무게 중심이 아래 있다’는 것은 중앙(연방) 및 관청을 견제하고 심지어 압도할 만한 막강한 권력이 지방(캔톤과 코뮌)과 시민에게 있음을 말한다. 스위스 정체의 구성과 운영을 지배하는 원리는 “연방적이기 이전에 캔톤적이고, 캔톤적이기 이전에 코뮌적이다. 스위스 민주주의의 기초는 지방자치이다. 캔톤과 코뮌을 삼켜버리는 중앙집권주의는 체제의 안정을 다양성 존중에 기초하는 스위스의 파멸을 뜻한다”(Siegfreid, 1950 : 129). '지방분권‘과 ’시민참여‘가 지방자치의 본질적 요소라고 한다면, 스위스는 지방자치의 본지(本旨)에 충실한 나라이다. 한 마디로 스위스는 ’지방자치의 나라‘이다. 사실, 필자가 스위스 정치체제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 부활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었던 1980년대 후반부터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들 가운데 지방자치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나라가 과연 어느 나라일까 ‘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그 동안 스위스 정체(政 )는 지방자치에 관한 필자의 논의를 인도하는 정보전거(情報典據) : informatio morum)였다. 그렇다고 해서, 스위스의 지방자치가 이상적이거나 완벽한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장점만 가진 제도가 존재할 수 없듯이, 스위스의 지방자치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의 이념을 충실히 구현해 온 스위스는 시민정신의 함양, 정치적 안정, 능률적이고 대응적인 행정, 국토의 균형발전 등 지방자치의 제도적 장점들(안성호, 1995 : 198-232)을 살려 왔다. 이런 관점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면, 스위스인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정부를 가졌다”(Steimberg, 1996 : 123).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훌륭한 스위스의 지방자치제도라고 할지라도 문화가 전혀 다른 우리 나라의 제도설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체질화된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문화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지방자치의 성공을 비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결정론적 비관론은 우리 나라의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문화가 천 년 이상 장구한 세월 동안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진술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화의 고정불변성과 지방자치에 대한 문화의 일방적 영향관계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안성호, 1995 : 117). 갑오경장(甲午更張) 이전의 조선사회는 통념과 달리 꽤 지방분권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군현(郡縣) 단위에서 향회(鄕會)와 마을 단위에서 촌회(村會)를 중심으로 신분제 사회의 제약 속에서나마 주민참여가 이루어졌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문화는 구성원들의 공동학습의 결과로서 구성원들의 공동경험이 달라지면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문화와 지방자치의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이다. 무엇보다도, 문화결정론은 지방자치가 문화의 산물이라기보다 정치세력들의 권력구도를 반영하는 정치권력적 현상(Smith, 1985)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 나라에서 최초의 지방선거가 사회적 혼란 때문에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던 이승만 정권에 의해 6 25전쟁의 와중에서 치러진 것은 지방의원들을 이용해 장기집권을 도모하려던 이승만 정권의 음험한 책략 때문이었다. 그리고 1961년 5 16군사정권에 의해 지방자치가 중단되었다가 1991년 지방의회가 한 세대만에 부활된 것은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문화가 갑자기 없어졌다가 다시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1987년 6월시민항쟁 후에 들어선 노태우 정권의 정치권력 기반의 변동에 기인된 것이다. 동일한 논리로 지방자치의 나라인 스위스의 국민통합은 오랜 세월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산물이라기보다 “공존과 상생(相生)의 정치제도와 정치적 결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애착과 의지의 산물이다”(Siefreid, 1950 : 122). 이런 의미에서, “스위스는 문화적 실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정치적 실체이다. 국가로서 스위스는 연방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이런 가치들을 공유하겠다는 구성원들의 결의와 이상 위에 세워진 나라이다(Malinverni, 1994 : 437). 이 책의 제1부에서 필자는 스위스 정체(政 )의 전모(全貌)를 파악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 스위스 정체의 구조와 작동방식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제1장에서 스위스 정체의 배경적 지식으로서 지리와 역사를 살펴본 후에 제2장에서는 스위스 국민통합의 성공요인과 도전을 논의한다. 제3장과 제4장에서는 스위스 정체의 세 가지 제도적 특징인 연방주의 준직접민주주의 권력공유를 다룬다. 먼저, 제3장에서는 소수와 지역정체성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스위스 연방주의의 특징과 운영 및 한계를 검토한다. 제4장에서는 시민투표와 시민발안 등의 직접민주제의 운영실태와 한계를 살펴보고, 직접민주제가 입법과정을 정치세력들의 협상 및 상호조정과정으로 전환시킨 까닭과 정부정책을 정치적 보수주의로 기울게 만든 이유를 설명한다. 제1부의 결론 부분인 제5장에서는 스위스 정체를 다른 나라들의 정체들과 비교함으로써 스위스연방민주주의의 성격과 특징을 규명하고 교훈을 추출한다. 제2부는 제1부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한 주요 제도들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 추가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따라서 제2부의 내용은 대체로 제1부의 내용을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다. 제1장에서는 연방과 캔톤의 관계를 주로 연방헌법을 비롯한 주요 법률에 기초하여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연방의회와 연방내각 및 연방법원의 지위 조직 권한 등을 역시 연방 헌법을 비롯한 주요 법률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제3장은 주로 연방수준에서 시민투표 시민발안 시민소환 등 준직접민주주제도를 다룬다. 제4장에서는 캔톤자치와 코뮌자치를 법제 중심으로 검토하여 스위스 지방자치제도의 전모를 파악한다. 제5장에서는 스위스 제도의 세포적 속성 때문에 지방자치제도를 일반화하기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26개 캔톤들 중 하나인 제네바 캔톤의 지방자치제도를 살펴본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연방 캔톤 코뮌재정의 현황을 일별하고 연방 캔톤 코뮌세와 재정조정제도 및 보조금제도를 간략히 검토한다. 부록에는 스위스 민병제와 민방위제 및 연방하원의원의 독특한 투표방법이 소개되고, 1999년 국민투표를 통해 전면개정된 스위스연방헌법이 수록되어 있다. 필자가 스위스 정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 후 간간히 접한 스위스 관련 문헌은 필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스위스를 소개하는 관광용 책자조차 반가울 정도로 국내의 스위스 관련 자료는 희귀했다. 그래도 좀 오래된 책이지만 이한빈 박사의 「작은 나가가 잘 사는 길 : 스위스의 경우」(1965)와 김정환 교수의「스위스 : 꿈의 나라, 실속의 나라」(1983) 정도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이 스위스에 대한 정보의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시켜 주었다. 그 후 틈틈이 도서관과 주한(駐韓) 스위스 대사관에서 구한 스위스 관련 자료들과 일본에서 구입한 小林武 교수의「現代 スイス憲法」(1989)과 프랑스에서 구입한 크리지(H. Kriesi) 교수의 Le Syst me Politique Suisse(1995) 등을 통해 공부했다. 스위스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축적될 무렵 교육부 학술진흥재단의 재정재원으로 1997년 8월부터 1년 동안 영국 런던대학교 정치경제대학(LSE)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필자는 영국에 체류하는 동안 도서관을 뒤져 영어(일부는 불어)로 쓰여진 대부분의 자료들을 수집하여 독파했다. 필자가 섭렵한 자료들 중에서 특히 최근 개정판으로 발간된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역사학자 슈타인버그(J. Steinberg) 교수의 Why Swizerland (1996)와 스위스 베른대학의 정치학자 린더(W, Linder) 교수의 Swiss Democracy : Possible Solutions to Conflict in Multicultural Societies(1998)는 스위스 사회와 문화 및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귀국후에는 1999년 전면개정된 스위스연방헌법과 渡 久丸 교수의「現代 スイス憲法の硏究」(1999) 등을 입수하여 참고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스위스 관련 자료도 검색했다. 이 책은 필자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스위스 관련 문헌을 섭렵한 결과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세월 적지 않은 노력이 투여되었지만, 필자의 독창적 발견과 평가보다는 선행연구자들의 연구결과를 필자의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데 그쳤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스위스 정체에 관한 독창적 연구서를 내려던 필자의 당초 목표에 다소 미흡한 성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필자는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행정학도로서 그 동안 스위스 정체에 관한 공부를 통해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으며, 그로 인해 지방자치에 관한 필자나름의 관점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된 것을 학문적 행운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이 책을 스위스 정체에 관한 연구의 종결로서가 아니라 중간 매듭으로서 출간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런 결심은 스위스 정체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우리말로 간행된 단 한 권의 전문서적도 없는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기회가 생긱는 대로 스위스 정체, 특히 지방자치에 관해 좀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볼 작정이다. 필자가 이 책을 출간하는 데는 여러 기관들과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1997년 8월부터 1년 동안 런던대학교 정치경제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 준 교육부 학술진흥재단에 감사드린다. 필자는 영국에 체류하고 있던 당시 때마침 닥친 외환위기 속에서도 약속된 연구비를 전액 지원해 준 대한민국 정부에게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당시 필자는 예정된 여행을 취소하고 도소관 모퉁이에서 자료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부의 지원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정된 연구생활과 1년 동안의 해외파견을 허락해 준 대전대학교 당국과 혜화학원 임용철 이사장님께 감사드린다. 필자를 런던대학교 연구교수로 초대해 주었고 상기(上記) Swiss Democracy의 저자인 스위스 베른대학의 린더 교수를 소개해 준 런던대학교 존스(J. Jones) 교수님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1999년 전면개정된 스위스연방헌법의 우리말 번역본과 상기(上記)한「現代 スイス憲法の硏究」를 구입해 준 안창호 부장검사의 도움은 이 책의 가치를 한껏 높여주었다. 스위스연방헌법 원문을 비롯해 귀중한 참고자료들을 제공해 준 주한(駐韓) 스위스대사관 관계자들께도 사의를 표한다. 1996년 2학기에 ‘비교지방자치제도론’ 과목을 수강하면서 스위스연방민주주의를 필자와 함께 공부한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원고를 교정해 준 안내 김선희 박사와 깔끔한 편집과 색인을 만들어 준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의 정현애선생의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끝으로, 사업성이 약한 학술서적의 출판을 기꺼이 맡아 준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께 감사한다. 2001년 1월 안 성 호 차 례 제1부 스위스연방민주주의의 이해 제1장 스위스연방의 지리와 역사 제1절 스위스연방의 지리 제2절 스위스연방의 역사 1. 서약자동맹 시대 2. 헬베티아공화국 시대 3. 조정헌법 시대 4. 동맹협약 시대 5. 연방국가 시대
제2장 다문화사회의 정치적 통합 제1절 스위스 국민통합의 성공요인 1. 문화적 요인 2. 경제적 요인 3. 외부적 압력 4. 민주주의와 사회적 가치 5. 민주주의와 연방주의의 결합 제2절 종교적 소수와 민족적 소수 : 공존에서 다원주의로 1. 정치적 구교주의 : 분열에서 통합으로 2. 복수언어주의 3. 주-라 캔톤의 분리 : 통합의 예외 제3절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도전 1. 본거지 없는 노동계급 2. 계급투쟁에서 경제적 동반관계로 제4절 비례대표제 : 권력공유의 열쇠 제5절 스위스 다원주의의 한계 : 통합을 위한 새로운 도전
제3장 연방주의 제1절 스위스 연방주의의 성격 1. 스위스 연방주의의 형성 2. 연방 캔톤 코뮌 간의 권한배분 3. 비중앙집권화 4. 연방 캔톤 코뮌의 관계 제2절 의사결정과정의 연방주의적 특징 1. 양원제 입법부 2. 정당과 이익집단 3. 국민과 캔톤의 투표 4. 코뮌의 중요성 5. 주민의 자원봉사행정 제3절 스위스 연방제의 운영 1. 협동적 연방주의 2. 정책실험을 고무하는 연방주의 3. 불평등을 완화하는 연방주의 4. 지역 간 연대를 고무하는 연방주의 5. 분리주의 문제의 연방적 해법 :주-라 캔톤의 출현 제4절 스위스 연방주의의 한계 1. 집행의 한계 2. 연방정부의 취약성 제5절 스위스 연방주의에 대한 도전 1. 연방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 2. 대도시권 문제 3. 국제화와 지방분권화의 양립가능성
제4장 준직접민주주의와 권력공유 제1절 스위스의 준직접민주주의 1. 시민투표 2. 시민발안 3. 직접민주주의와 준직접민주주의의 발달 제2절 직접민주주의와 시민참여 1. 결정권을 갖는 다수 2. 스위스인들의 투표행태 제3절 시민투표와 시민발안 1. 시민투표와 시민발안에서 다룬 쟁점들 2. 정치적 의제설정과 직접민주주의 3. 시민투표와 시민발안의 활용 4. 시민투표와 시민발안의 상이한 효과 5. 시민투표의 이해 6. 시민투표에 의한 권력공유 7. 스위스의 준직접민주주의에 대한 평가
제5장 스위스연방민주주의의 성격 : 비교의 관점 제1절 직접민주주의 1. 직접민주주의의 경험 비교 2. 미국과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비교 3. 직접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 제2절 연방주의 1. 연방주의의 요소 2. 연방주의의 구조 과정 문화 3. 연방주의의 현대적 의미 4. 비영토적 연방주의 제3절 권력공유와 협의민주주의 1. 다수결민주주의와 협의민주주의 2. 민주적 권력공유 : 다문화사회 갈등해결의 열쇠 3. 권력공유적 민주주의 문화의 형성
제2부 스위스연방민주주의의 통치구조와 지방자치제도 제6장 연방과 캔톤의 관계 제1절 연방과 캔톤 간의 권한배분 1. 입법권의 배분 2. 집행권의 배분 제2절 연방과 캔톤의 협동 제3절 캔톤의 지위 1. 캔톤의 국정참여 2. 캔톤에 대한 연방통제 | 제7장 연방의회 연방내각 연방법원 제1절 연방의회 1. 연방의회의 조직 2. 연방의회의 활동 3. 연방의회의 권한 4. 연방의회의원의 법적 지위 제2절 연방내각 1. 연방내각의 지위 2. 연방내각의 조직 3. 연방내각의 권한 4. 연방행정부 제3절 연방법원 1. 연방법원의 지위 2. 연방법원의 조직 3. 연방법원의 권한 4. 헌법재판권
제8장 준직접민주주의제도 제1절 참정권과 준직접민주주의제도 1. 참정권 2. 준직접민주주의 제도 제2절 시민투표제 1. 헌법시민투표 2. 법률시민투표 3. 조약시민투표 4. ‘긴급일반구속적 연방결의’에 대한 시민투표 제3절 시민발안제 1. 헌법시민발안 2. 법률시민발안 3. 행정시민발안 제4절 시민소환제 제5절 기타 선거권
제9장 지방자치제도 제1절 캔톤자치제도 1. 캔톤의 입법기관 2. 캔톤내각 3. 캔톤의 사법기관 4. 캔톤 수준의 정치적 권리 제2절 코뮌자치제도 1. 코뮌의 정부형태 2. 선거인단 3. 코뮌의회 4. 코뮌의 행정기관 5. 코뮌의 정당정치 제3절 기타 공공단체 1. 디스트릭트 2. 코뮌 내의 공공단체 3. 특별코뮌 제4절 코뮌들의 협력 1. 광역행정조직 2. 코뮌들의 협정 제5절 코뮌에 대한 캔톤의 감독 1. 원칙과 감독권의 범위 2. 감독방식
제10장 제네바 캔톤의 지방자치제도 제1절 제네바 캔톤의 개관 제2절 제네바 캔톤의회 1. 캔톤의회의원 2. 캔톤의회의 권한 3. 캔톤의회의 조직과 운영 제3절 제네바 캔톤내각 1. 캔톤각료 2. 캔톤내각의 권한 3. 행정조직 제4절 제네바 캔톤의 사법기관 1. 민사소송기관 2. 형사소송기관 3. 행정소송기관 제5절 제네바 캔톤의 직접민주주의제도 1. 시민발안제 2. 시민투표제 제6절 코뮌에 대한 제네바 캔톤의 감독 1. 코뮌의회의 의결에 대한 캔톤의 승인 2. 코뮌재정에 대한 캔톤의 감독 3. 코뮌의회의 해산과 행정관의 임명 4. 징계처분 제7절 제네바 캔톤의 코뮌자치제도 1. 제네바 캔톤 코뮌들의 개황 2. 코뮌의회 3. 코뮌행정기관 4. 코뮌들의 직접민주주의제도 5. 코뮌들의 광역행정조직
제11장 연방 캔톤 코뮌재정 제1절 연방 캔톤 코뮌재정의 현황 제2절 연방 캔톤 코뮌세 1. 주요 연방 캔톤 코뮌 공동세 2. 주요 연방단독세 3. 주요 캔톤 코뮌단독세 제3절 재정조정과 지원금 1. 재정조정과 지원금의 현황 2. 연방의 지원금과 재정조정의 방법 |
저자약력 안성호 대전 출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숭전대학교 졸업(문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및 대학원 졸업(행정학석사, 행정학박사). Fulbrigt scholarship으로 미국 Minnesota대 visiting fellow 역임. 교육부 지원으로 영국 London대 research scholar 역임. 대전대학교 국제교류위원장 경영행정대학원장 산업정보대학원장 기획연구처장 역임. 서울행정학회 대전충남행정학회 대전충남지방자치학회 회장 역임.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지방자치위원장 역임. 행정자치부 고시위원 역임. 현재 대전대학교 교수. 한국행정학회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정치학회 이사. 대전밀알복지재단 이사. 대전발전연구원 이사. 저서 및 논문 「행정과 가치」(공저)(법문사, 1988). 「리더십철학」(역서)(대영문화사, 1989). 「한국지방자치론」(대영문화사, 1995). 「민선지방자치단체장,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나」(공저)(대영문화사, 1996). 「자원봉사실무론」(공저)(백산출판사, 1997). ‘지방자치외교의 성격’(1999) ‘지방분권화정책의 변동과 향후 개혁과제’(1999) ‘주민투표법 제정의 논거와 개혁과제’(2001) 외 논문 다수 |